[박성기선교사 선교칼럼] 머리깎기
아프리카 여인들은 머리에 수건을 쓰고 주일 예배에 참석한다. 사도 바울은 여자가 머리를 깎거나 미는 것은 부끄러움이라고 했다. 머리를 민 아프리카 여인들, 사도 바울의 말처럼 민머리는 그들의 부끄러움이기에 머리에 수건을 쓴다.
요즘 케냐는 가발 문화가 발달하면서 도시물을 먹은 젊은 여인들이 수건대신 가발을 쓰고 교회에 나타나곤 한다. 가발을 쓰고 예배에 참석한 젊은 세대들이 못마땅한 어른들은 “성경에 사도 바울이 여자들에게 머리에 수건을 쓰라고 한 것도 모르느냐?”며 젊은 세대들을 야단치는 신구세대간의 문화 충돌이 일어나곤 한다.
아프리카인들의 머리카락은 용수철처럼 동글동글 말려가는 곱슬머리이다. 동글동글 말려들어간 머리카락의 끝이 머리를 찌르기에 머리 기르기가 쉽지 않아 아예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다. 머리를 기르고 싶은 욕망에 짧게 자란 머리에 인조 머리카락을 풀로 붙여 새끼처럼 꼬아 아프리카 머리스타일이 나온 것이다.
옛날 한국의 중고생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곳 아프리카 인들은 남녀 모두 머리를 빡빡 민다. 망고 나무 밑에서 깨어진 거울을 걸어놓고 등 받침도 없는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우리가 옛날 “바리깡”이라고 부르던 이발 기계로 머리를 밀면 이발 끝, 아주 간단하다.
긴 머리카락을 잘라본 경험이 없는 케냐의 이발사에게 머리 깎기를 시도하는 일은 대단한 모험을 해야 한다. 언젠가 케냐 한인 선교사회 모임에 머리를 빡빡 깍은 선교사가 나타났다. 민머리 모습에 모두 의아해 묻는 질문에 그의 말인즉, 케냐 이발관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머리 모양을 설명하고 그대로 깎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Yes!”를 하더란다. “Yes!”라고 답하는 케냐 이발사의 말에 머리를 맡기고서 한 숨 졸았더니 빡빡 밀은 머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세한 중간과정은 생략이 되었지만, 긴 머리를 잘라본 경험이 없는 케냐 이발사에게 머리를 자르다 보니 맘에 들지 않아 자르고 또 자르다 결국 빡빡 밀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 케냐인의 “Yes!”라는 말을 믿은 게 실수였을 것이다.
선교지에 온 후 군대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머리 깎기 실력으로 아이들의 머리 깎기는 내 차지이다. 아이들의 머리를 다 깎고 나면 다음은 내 차례, 아내가 깎아주어야 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다가 실수로 “부-웅” 하고 머리 깎는 기계가 지나가 버린 내 머리는 마치 고속도로 공사를 하다 만 모습이다. 당황해하는 아내에게 “아무리 못 깎아도 아프리카 사람들 머리보다 훨씬 더 멋있다!”며 위로를 하지만, 거울을 통해 푹 파인 내 머리를 보는 속마음은 편치가 않다.
아프리카 권에서 사역을 하는 선교사들은 머리 깎기에 대한 많은 에피소드들을 갖고 있다. 집에서 머리를 자르다 실수하여 스포츠형으로 나타난 선교사, 그의 변명인즉 케냐인들이 자기들의 머리 모습과 같다며 매우 좋아하더란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이 쪽을 더 잘라야지!”, “이렇게 잘라놓으면, 창피해서 어떻게 밖에 나가지?”, 머리를 깎으며 아내와 입씨름 하는 선교사, 이발가위와 빗을 들고 부들부들 떠는 손과 머리를 맡겨 놓고서 거울을 바라보며 조마조마한 마음, 그러기에 머리를 잘 깎는 선교사를 보면 부럽다. 모처럼 머리를 반듯하게 잘 깍은 선교사를 만나면, “선교사님! 머리 어디서 깎았어요?”하고 묻는 것이 첫 인사말이다.
선교지를 나가기 전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선교후보생들은 선교지에서 필요한 운전, 자동차 정비, 컴퓨터, 전기 상식 등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한다. 여기에 특별히 머리 깎는 미용기술을 권해본다. 선교지에서는 아내는 남편, 남편은 아내의 머리를 깎아 주어야 하니 미용기술은 남녀 선교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아니 가장 기본적인 것 중 하나이지 않을까?
어설픈 솜씨지만 아내의 머리를 가꿔주는 선교사, 행복한 남편이지 않을까? 선교사들의 머리 깎기에 얽힌 웃지 못 할 에피소드들, 세월이 지나면서 그 애환 속에 행복이 깃들어 있지 않을까?
[기독신문] 강석근 기자, 등록일 200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