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2)
박형동/ 광주지산교회 장로
밟히거라.
모서리가 다 닳도록
더 밟히거라.
차가운 물속
저 밑바닥에 뿌리를 박고
거센 물살에도 흔들리지 말아라.
오랜 세월에도 무너지지 말아라.
가난을 벗어날 길도 없는 사람들
무거운 짐을 지고 기우뚱거리며
이 샛강을 건너가야 하리니
너마저 흔들린다면
너마저 무너져 버린다면
우린 누굴 딛고 슬픈 세상을 건너가랴
우린 누굴 믿고 머나먼 길을 걸어가랴
지친 두 다리로
징검징검 건널 수 있도록
보폭만큼 뚝뚝 떨어져서
네 자리를 지켜라
천근만근 짐을 지고 가는
하찮은 사람들의 발길에 밟힌다는 것이
얼마나 낮아지는 일이고
얼마나 참기 어려운 일이냐만
그래도 밟히거라.
물살이 흐르고 세월이 무너져도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그 날까지는
힘겨운 짐꾼들이 뚜벅뚜벅
이 샛강을 건너야 하리니
물살 여울지는 이 샛강을 건너야 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