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야기
아내는 동물을 참 좋아한다.
지금도 거실에다 햄스터 4마리와 토끼 한 마리를 기르고 있지만,
20여 년 전에는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
누추한 한옥 상하방에서 일곱 식구가 살던 시절의 이야긴데,
산수동 굴다리의 집 앞에 쓰레기 중간 처리장이 있어서 대낮에도 쥐들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살았다.
견디다 못해 고양이를 사다가 길렀다.
아내는 유별나게 그 고양이를 예뻐했다.
고양이는 영리해서 사람이 자기를 미워하는지 예뻐하는지를 알아냈고,
미워한다 싶으면 금방 해꼬지를 했다.
부엌이나 마루에다 죽은 쥐를 물어다 놓는다든지 하는-
어느 날 고양이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내는 고양이를 찾아다녔으나, 그날 밤 고양이는 끝내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집을 나가 도둑고양이가 되었나 싶었다.
그러다가 나흘째 되는 날 고양이는 안간힘을 쓰면서 절룩거리며 돌아왔는데,
한 쪽 발이 쥐덫에 걸려 있었다.
쥐덫의 톱니가 고양이의 앞발 등을 찍어 내린 채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쥐덫에 걸려 나흘간이나 걸려 발버둥을 쳤으니 얼마나 아프고 배고팠을까?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쥐덫을 풀고 고양이의 앞발을 살펴보았다.
발등이 거의 절단된 채 덜렁거리고 있었고, 상처엔 피고름이 엉켜있었다.
아내는 고양이에게 죽을 쑤어 먹이고 소독약으로 피고름을 조심스럽게 씻어낸 후,
약을 바르고 붕대로 정성껏 싸매 주었다.
아내는 아침저녁으로 지성스럽게 치료해주고, 끼니때마다 밥이며 국물을 먹여주었다.
며칠 후 고양이는 건강을 회복했다.
한번은 아내가 몇 년 만에 얼마간 친정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부터 고양이는 밥을 먹지 않았다.
입맛이 없나?
병이 들었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생선을 주어보기도 하고, 고기를 주어보기도 했지만,
고양이는 음식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하루 종일 마루 끝에 힘없이 앉아 대문 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 집에 들어오는 기색이 있으면, 얼른 얼굴을 쳐들고 반짝이는 눈으로 대문간을 쳐다보고는
곧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어쩔 방법이 없었다.
3일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그리고 9일짼가 퇴근해서 돌아와 보니 고양이는 죽어 있었다.
고양이는 아내를 기다리다가 굶어죽은 것이다.
뜨거운 눈물이 솟구쳤다.
나는 눈물을 훔치면서 화단 한 구석을 파고 고양이를 묻어준 후 나무 십자가를 세워 주었다.
며칠 후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는 돌아오자마자 고양이를 찾는 눈치였다.
그날 밤 나는 아내를 데리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화단 앞으로 가서 나무 십자가를 가리켰다.
"고양이는 여기 잠들어 있어! 당신을 기다리며 굶다가...."
아내는 아무 말도 못했다.
쭈그리고 주저앉더니 오랫동안 나무 십자가를 어루만졌다.
아내의 눈물방울이 달빛에 반짝이며 십자가 위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