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狂) 미친다(到)
고등학생시절 나는 어떤 문제로 매우 방황을 하며 1주일 정도 학교에 결석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에 나가자 나와 절친했던 친구가 나를 학교 뒤편 숲으로 불러냈다. 나는 한 발짝 쯤 떨어져서 따라갔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돌아서더니 느닷없이 내 뺨을 때리면서 말했다.
“야! 이 미친놈아. 지금이 어느 때냐? 나는 너같이 못난 놈을 친구로 둔 적이 없다. 오늘부터 너는 내 친구가 아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획 돌아서서 가버렸다. 나는 방어 자세를 취할 틈도 없이 뺨을 얻어맞고 그 자리에 버려져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내가 미쳐가고 있었구나. 정신을 차려야지. 내 모습으로 돌아가야지.’
많은 세월을 흘려보내며 나는 ‘미친다’는 말에 대해 깊은 생각을 보았다. 미친다는 말은 정신이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는 진리, 정의, 사랑, 권력, 돈, 명예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미친다는 말은 그 중의 어느 한 가지 가치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 나머지 다른 가치들은 모두 헌신짝처럼 내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미친다는 말은 어느 한 가지 가치에만 집중하여 모든 능력을 투입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아무나 미칠 수 없다. 자기의 모든 것을 어느 한 가지에 투자할 열정과 집중력이 있는 사람, 의지의 사람만이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말로 말하면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미치는 데는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치를 두루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은 전인교육이고 자기의 적성과 특기를 살려 집중하는 것은 미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떤 분야에 천재적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라야 미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인교육도 필요하고 특기도 살려야 한다. 그런데 앞서의 개념으로 말한다면 전인교육과 한 가지에 미치는 것은 양립하기 어렵게 된다. 실재 학생이나 학부모로서는 이 문제를 접함에 있어서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것 하나도 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여러 가지 재주를 가진 사람, 즉 여러 가지를 잘하려고 하는 사람은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되기 어렵다. 모든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한 가지에만 미쳐 살아야 한다.
요즘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고 정주영이 광고에 뜨고 있다. 둘 다 성장시대에 경제발전을 이끈 사람들로서 일에 미쳤던 사람들이다. 미쳤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림에 미친 사람들과 노래에 미친 사람들이 많을 때 미술과 음악이 발전할 것이다. 축구에 미치고 골프에 미친 사람들이 많을 때 세계 축구와 골프계를 석권할 것이다. 연구에 미치고 컴퓨터에 미친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사람이 미칠 수 있는 분야는 한 없이 많다.
새봄이다. 개구리가 얼었던 땅속에서 뛰어 나오고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다. 모든 풀과 나무들은 따사롭게 비취는 햇살을 받아 온 천지 가득 노란 싹을 틔우고 화사한 꽃을 피울 것이다. 봄은 우리를 미치게 할 것이다. 우리는 미쳐야 한다. 근로자는 일에 미치고 젊은이는 사랑에 미치고 학자는 진리에 미치고 예술가는 아름다움에 미쳐야 한다. 미쳐야 길이 열린다. 미치는 것만이 내가 그토록 원하는 피안의 언덕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다. 한껏 미쳐 살아야만 우리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대한민국에 미친 사람들로 가득하길 바란다.
(전남도민일보 2008년 8월 13일)